넷플릭스 이후의 미디어 시장, OTT가 바꾼 여섯 가지 변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상 콘텐츠를 보려면 방송사의 편성 시간에 맞춰 텔레비전 앞에 앉아야 했다. 영화는 극장에서 먼저 상영되고, 이후 DVD와 유료 방송을 거쳐 텔레비전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OTT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러한 미디어 소비 방식은 빠르게 무너졌다.
Khanna, Sehgal, Gupta, Dubey와 Srivastava(2025)는 OTT 플랫폼에 관한 기존 연구를 종합해 OTT가 미디어 산업과 소비자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분석했다. 이들은 2012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101편의 연구를 검토하고, OTT 산업의 발전을 설명하는 여섯 가지 핵심 주제를 도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OTT는 단순한 콘텐츠 재생 서비스가 아니다. 기술, 소비 행동, 콘텐츠 제작, 마케팅, 글로벌 유통, 정책과 규제가 서로 연결된 거대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다.
OTT는 무엇인가
OTT는 ‘Over-the-Top’의 약자로, 케이블이나 위성방송과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와 같은 플랫폼이 대표적인 사례다.
OTT의 성장을 이끈 배경에는 저렴한 인터넷 데이터,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보급,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이 있다. 이용자는 더 이상 특정 장소나 시간에 맞춰 콘텐츠를 볼 필요가 없다. 자신이 원하는 기기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콘텐츠 선택의 주도권이 방송사와 극장에서 이용자에게 이동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과거에는 방송사가 편성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면, OTT 시대의 이용자는 방대한 콘텐츠 목록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직접 고른다.
케이블을 끊고 OTT로 이동한 시청자
OTT 시장의 성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현상은 ‘코드 커팅’이다. 코드 커팅은 소비자가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구독을 해지하고 인터넷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시청자들이 OTT를 선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저렴한 가격, 다양한 콘텐츠, 편리한 접근성, 자유로운 시청 시간, 여러 기기에서 이어 볼 수 있는 기능이 대표적인 장점이다. 이용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언어와 장르를 선택할 수 있으며, 여러 회차를 한꺼번에 보는 몰아보기도 가능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전환을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외출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급증했다. 그러나 OTT의 성장을 팬데믹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팬데믹 이전부터 스마트 기기의 보급과 인터넷 환경의 개선으로 미디어 소비의 중심은 이미 전통적인 TV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OTT 연구가 주목한 여섯 가지 변화
Khanna와 동료들은 기존 연구를 분석해 OTT 분야를 구성하는 여섯 가지 주요 주제를 제시했다.
1. OTT 인프라와 기술의 발전
OTT 플랫폼의 경쟁력은 콘텐츠에만 달려 있지 않다. 이용자가 끊김 없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네트워크와 콘텐츠 전송 기술도 중요하다.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의 발전은 지역과 기기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스트리밍을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추천 알고리즘이 결합되면서 플랫폼은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개인별로 다른 콘텐츠를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OTT 플랫폼에서 이용자가 무엇을 발견하고 시청하는지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플랫폼이 수집한 데이터와 추천 알고리즘이 콘텐츠의 노출 범위를 결정하며,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2. OTT 소비 행동의 변화
OTT 이용자는 전통적인 TV 시청자보다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선택한다. 정해진 편성 시간을 따르지 않고 원하는 작품을 검색하거나 추천 목록에서 선택한다.
개인화된 콘텐츠, 주문형 시청, 몰아보기는 OTT 시대를 대표하는 소비 방식이다. 하나의 플랫폼만 이용하지 않고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구독하는 소비자도 증가했다. 플랫폼별로 독점 콘텐츠가 나뉘면서 이용자가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구독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소비자의 비용 부담도 커진다. OTT가 처음에는 케이블보다 저렴한 대안으로 등장했지만,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구독하면 전체 비용이 전통적인 유료 방송과 비슷하거나 더 높아질 수 있다. 앞으로는 구독 유지와 해지를 반복하는 소비 행동도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3.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OTT로의 전환
OTT의 가장 큰 특징은 이용자가 방송사의 편성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은 다양한 콘텐츠를 주문형으로 제공하면서 미디어 소비의 중심을 방송 시간에서 개인의 시간으로 이동시켰다.
이러한 전환은 방송사, 케이블 사업자, 통신사, 영화 배급사 사이의 관계도 바꾸었다.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들은 OTT를 경쟁자로 인식했지만, 이후에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며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었다.
결국 OTT는 기존 미디어 산업 밖에서 등장한 새로운 서비스에 그치지 않았다.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의 사업 방식까지 플랫폼 중심으로 전환하게 만든 산업적 변화였다.
4. 수동적 시청자에서 능동적 참여자로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시청자는 콘텐츠를 보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소셜미디어에서 감상을 공유하고, 작품을 평가하며, 팬 커뮤니티를 만들고, 콘텐츠에 관한 대화에 참여한다.
이러한 변화는 콘텐츠 마케팅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의 광고가 기업에서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방적인 방식이었다면, OTT 시대의 마케팅은 이용자의 반응과 참여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플랫폼은 시청 기록, 검색 행동, 선호 장르와 이용 시간 등을 분석해 개인별 메시지와 광고를 제공할 수 있다. 지역 타기팅과 지오펜싱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지역이나 문화권에 맞는 홍보도 가능하다.
콘텐츠의 성공은 더 이상 시청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얼마나 많은 대화와 반응을 만들고, 시청자를 얼마나 오랫동안 플랫폼에 머물게 하는지도 중요한 성과가 되었다.
5. 국경을 넘는 글로벌 OTT 시장
OTT 플랫폼은 콘텐츠 유통의 지리적 장벽을 낮췄다. 과거에는 특정 국가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해외에 진출하려면 방송사와 배급사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OTT를 통해 지역 콘텐츠가 세계 여러 국가에 동시에 공개될 수 있게 되었다.
글로벌 플랫폼은 각 지역의 언어와 문화적 취향을 반영한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현지 시장을 공략한다. 동시에 지역에서 제작된 작품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된다.
이러한 변화는 콘텐츠 제작자에게 새로운 시장을 제공하지만,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어떤 콘텐츠가 제작되고 노출되는지를 소수의 글로벌 플랫폼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OTT의 세계화는 콘텐츠 다양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플랫폼 권력의 집중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낸다.
6. OTT를 둘러싼 정책과 규제
OTT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규제의 필요성도 증가한다. 주요 쟁점은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보안, 추천 알고리즘의 투명성, 저작권 보호와 공정 경쟁이다.
OTT 플랫폼은 이용자의 시청 기록과 검색 행동 등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맞춤형 추천과 광고에 활용되지만, 개인정보가 어떻게 수집되고 사용되는지는 이용자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추천 알고리즘도 중요한 규제 대상이다. 알고리즘이 특정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노출하거나 일부 작품을 사실상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추천 시스템은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지만, 플랫폼이 문화적 소비와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한다.
정부와 규제 기관은 전통적인 방송사와 OTT 플랫폼 사이의 공정한 경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유해 콘텐츠, 명예훼손, 개인정보 침해와 같은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론은 부족했다
OTT에 관한 학술적 관심은 빠르게 증가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관련 논문 수는 1편에서 9편으로 늘었으며, 2021년에는 31편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이론적 기반은 충분하지 않았다. 분석 대상 101편 가운데 이론적 프레임워크를 명확하게 사용한 연구는 23편에 불과했다. 이용과 충족 이론, 기술 수용 모델, 혁신 확산 이론 등이 사용되었지만, 연구 분야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공통된 이론적 토대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기존 연구는 주로 소비자가 OTT를 선택하는 이유와 편리성, 서비스 품질, 구독 의도에 집중했다. 반면 플랫폼 의존, 개인정보 침해, 디지털 격차, 과도한 시청, 알고리즘의 영향과 같은 OTT의 부정적인 측면은 상대적으로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이는 OTT 연구가 산업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플랫폼이 미디어 산업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소비자 만족도뿐만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영향까지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OTT 시장
OTT 시장에서 콘텐츠는 여전히 중요한 경쟁 요소다. 그러나 콘텐츠의 양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가입자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경쟁에서는 편리한 사용자 경험, 정교한 추천 시스템, 합리적인 가격, 안정적인 스트리밍 기술이 함께 중요해질 것이다. 지역별 언어와 문화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능력도 글로벌 시장에서 플랫폼의 성패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게임화와 몰입형 스토리텔링도 새로운 경쟁 요소로 주목받는다. 시청자가 이야기의 전개에 참여하거나 자신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콘텐츠는 기존의 수동적인 시청 경험을 변화시킬 수 있다.
마케터는 시청자의 문화적 배경과 소비 패턴을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모든 이용자에게 동일한 광고를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언어, 관심사와 이용 행동에 맞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OTT의 미래는 기술과 책임에 달려 있다
OTT는 시청자에게 더 많은 자유와 선택권을 제공했다. 콘텐츠 제작자는 세계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광고주는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더욱 정교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편리함의 이면에는 새로운 문제가 존재한다.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고, 개인정보가 상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소수의 글로벌 플랫폼이 콘텐츠 유통 권력을 독점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OTT 산업의 미래는 가입자 수와 콘텐츠 투자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술 혁신과 함께 데이터 보호, 알고리즘의 투명성, 저작권과 공정 경쟁을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OTT가 바꾼 것은 콘텐츠를 보는 화면만이 아니다. 누가 콘텐츠를 선택하고, 어떤 작품이 노출되며, 기업이 시청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관리하는지까지 변화시켰다. 앞으로의 OTT 경쟁은 더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싸움을 넘어 기술과 데이터, 글로벌 시장과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경쟁이 될 것이다.
Citation
Khanna, P., Sehgal, R., Gupta, A., Dubey, A. M., & Srivastava, R. (2025). Over-the-top (OTT) platforms: A review, synthesis and research directions. Marketing Intelligence & Planning, 43(2), 323–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