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매장에서 무엇을 보고 구매를 결정할까?

소비자는 식료품점에 들어가기 전부터 구매 목록을 정해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수의 구매 결정이 매장 안에서 이루어진다. 상품이 어느 위치에 진열되어 있는지, 가격 할인이 적용되는지, 어떤 광고 문구가 붙어 있는지에 따라 구매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Hecht 외 연구진(2020)은 식음료 기업이 소매점의 가격과 진열, 판촉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분석했다.

식음료 기업은 매장 안의 마케팅에도 영향을 준다

F&B는 Food and Beverage의 약자로 식음료 산업을 의미하며, 넓게는 식품·음료 제조업과 요식업을 포함한다.

식음료 제조업체는 제품을 생산해 소매점에 공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자사 제품이 매장에서 더 잘 보이고 더 많이 판매될 수 있도록 소매업체에 다양한 혜택과 비용을 제공한다. 이를 ‘거래 판촉 활동(Trade Promotion Practices)’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식음료 기업이 사용하는 거래 판촉 활동을 다음 네 가지로 분류했다.

1. 카테고리 관리

제조업체가 소매점과 협력하여 특정 상품군의 진열 방식과 상품 구성을 관리하는 전략이다. 어떤 상품을 매대의 중심에 배치할지, 경쟁 제품을 얼마나 진열할지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 진열비 또는 입점비

제조업체가 자사 제품을 매장에 입점시키거나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진열하기 위해 소매업체에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계산대 주변이나 매대 끝부분처럼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쉬운 공간은 특히 중요한 마케팅 장소가 된다.

3. 가격 할인 지원

제조업체가 소매업체에 할인 혜택을 제공해 소비자 판매가격을 낮추는 방식이다. 1+1 행사, 묶음 할인, 기간 한정 할인 등이 대표적이다.

4. 공동 광고

제조업체와 소매업체가 광고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방식이다. 매장 전단, 진열대 광고, 온라인 쇼핑몰 배너와 쿠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격 할인은 소비자의 구매를 늘린다

연구진은 식음료 기업의 거래 판촉 활동을 다룬 20편의 자료와 소매점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54편의 연구를 종합했다.

분석 결과, 가격 할인은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 가장 분명한 영향을 미치는 전략으로 나타났다. 제품의 가격이 일시적으로 내려가면 소비자는 해당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평소보다 많은 양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할인으로 구매량이 늘어났다고 해서 실제 소비량까지 같은 비율로 증가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할인 제품을 미리 많이 구입해 보관하는 ‘비축 구매’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쇼핑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운반할 필요가 없어 대량 구매와 비축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상품의 진열 위치도 판매량을 바꾼다

매장 안에서 상품이 놓인 위치 역시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눈높이에 배치되거나 통로 끝, 계산대 주변처럼 노출이 많은 장소에 진열된 제품은 판매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소비자가 모든 상품을 충분히 비교한 후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자주 노출되는 제품일수록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충동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온라인 매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검색 결과 상단, 추천 상품 영역, 첫 화면의 배너는 오프라인 매장의 눈높이 진열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건강식품보다 비건강 식품에서 효과가 더 컸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마케팅 전략의 효과가 모든 식품에서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강식품의 할인이나 광고가 판매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연구가 많았고, 판매가 늘어난 경우에도 비건강 식품보다 증가 폭이 작은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고열량·저영양 식품이나 초가공식품은 가격 할인과 눈에 띄는 진열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는 건강한 식품을 단순히 더 많이 홍보하는 것만으로는 소비자의 식습관을 충분히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의 과도한 할인과 판촉을 제한하는 접근이 함께 필요할 수 있다.

소매 마케팅은 공중보건의 문제이기도 하다

매장 마케팅은 단순한 판매 기술이 아니다.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어떤 식품을 선택하고 섭취하는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과 같은 만성질환 문제와도 연결된다.

특히 저소득층과 일부 인종·민족 집단이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의 마케팅에 더 많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식품 마케팅은 건강 불평등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

연구진은 건강한 식품의 판촉을 확대하는 정책과 함께 비건강 식품이 계산대나 주요 진열 공간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건강한 소비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과제

이번 연구는 식음료 기업이 제공하는 판촉 지원이 소매점의 상품 가격, 진열 위치, 광고 방식을 바꾸고, 그 결과 소비자의 구매량과 지출, 제품에 대한 태도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구매 증가가 실제 식생활과 건강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온라인 식료품점, 달러스토어와 같은 비전통적 유통 채널에 관한 연구도 부족하다.

앞으로는 판매량뿐 아니라 소비자의 식단 품질과 건강 변화, 소매업체의 투자수익률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강한 소비 환경을 지속해서 운영하려면 공중보건 효과와 소매업체의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

소비자의 구매 선택은 개인의 취향이나 필요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가격 할인, 상품의 위치, 매장 광고처럼 사소해 보이는 요소가 구매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이 할인과 주요 진열 공간을 집중적으로 차지할 경우 소비자의 식습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건강한 식품을 홍보하는 것과 동시에 비건강 식품의 과도한 판촉을 줄이는 유통 환경이 필요한 이유다.

Citation

Hecht, A. A., Perez, C. L., Polascek, M., Thorndike, A. N., Franckle, R. L., & Moran, A. J. (2020). Influence of food and beverage companies on retailer marketing strategies and consumer behavior.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17(20), 7381. https://doi.org/10.3390/ijerph17207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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