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효과, 불황기 럭셔리 소비의 변화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불필요한 소비부터 줄인다. 고가의 의류와 가방, 자동차, 해외여행 같은 럭셔리 상품은 가장 먼저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기침체기에도 모든 사치 소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값비싼 상품 대신 비교적 부담이 적은 립스틱이나 화장품의 판매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립스틱 효과’라고 부른다. 경제적으로 고가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워진 소비자가 적은 비용으로 만족감과 고급스러움을 경험할 수 있는 프리미엄 립스틱을 선택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Moisieiev와 공동 연구자들(2025)은 오늘날의 불황기 소비를 립스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현대 소비자가 원하는 작은 사치는 화장품에 한정되지 않는다. 운동화, 헬스장, 좋은 음식, 여행,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처럼 건강과 행복, 관계와 경험을 향상하는 소비로 확대되고 있다.
립스틱 효과
립스틱 효과는 경기침체기에 고가의 명품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비교적 저렴한 프리미엄 화장품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립스틱은 명품 가방이나 보석보다 가격이 낮지만 소비자에게 고급 브랜드를 소유했다는 만족감을 제공한다.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도 있어 적은 비용으로 럭셔리의 상징적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
과거 연구에서는 대공황과 일부 경제위기 동안 립스틱 판매가 증가한 사례가 발견됐다. 비슷한 현상은 매니큐어, 마스카라와 염색약에서도 나타났다. 립스틱 효과는 이후 불황기 ‘작은 사치’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소비 이론이 됐다.
하지만 경기침체기에 판매가 증가하는 상품은 화장품뿐만이 아니다. 초콜릿과 위스키, 반려동물 관련 제품처럼 외부에 과시하기 어려운 상품의 소비도 증가할 수 있다. 이는 불황기 소비의 목적이 단순히 외모나 지위를 보여주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연구 방법
연구진은 2022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영국에서 럭셔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여성 16명을 인터뷰했다. 연구가 진행된 시기는 영국이 높은 물가와 생활비 위기를 겪던 기간이었다.
참여자의 연령은 19세부터 65세까지였으며 직업도 사업 컨설턴트, 강사, 소매업 종사자, 학생 등으로 다양했다. 7명은 평소 럭셔리 제품을 자주 구매하는 소비자였고, 나머지 9명은 그렇지 않았다.
연구진은 럭셔리의 정의를 미리 제시하지 않았다. 연구 참여자가 무엇을 럭셔리라고 생각하는지 직접 설명하도록 했다. 인터뷰에서는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최근에 구매한 럭셔리, 구매 이유, 불황과 소비 사이의 갈등 등을 질문했다.
인터뷰는 약 45분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으며 수집된 내용은 주제 분석을 통해 분류됐다. 통계로 전체 소비자의 구매량을 측정한 연구가 아니라 불황기에 소비자가 럭셔리를 어떻게 해석하고 경험하는지를 조사한 질적 연구다.
립스틱의 퇴장
연구 참여자 대부분은 립스틱이나 화장품을 더 이상 특별한 럭셔리로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고급 립스틱을 구매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일부는 경기 상황 때문에 과거에 구입하던 프리미엄 화장품을 오히려 줄였다고 답했다.
불황기에 여성들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립스틱을 구매한다는 기존 해석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화장이나 옷차림은 남성의 관심을 얻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선택이라는 반응이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립스틱 효과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불황기에 비교적 저렴한 상품을 통해 만족을 얻는 행동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그 상품이 반드시 립스틱일 필요는 없으며 소비의 목적도 과시나 외모 관리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법의 립스틱
연구진은 현대 소비자에게 립스틱을 대신하는 작은 사치를 ‘마법의 립스틱’이라고 표현했다. 마법의 립스틱은 특정 제품이 아니라 어려운 시기에 자신을 돌보고 일상의 만족감을 회복하게 해주는 모든 소비를 의미한다.
한 참여자는 발과 엉덩이 부상을 관리하기 위해 평소보다 좋은 운동화를 구매했다. 과거에는 여행에 더 많은 돈을 썼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신체와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 운동용품을 자신의 마법의 립스틱으로 선택했다.
다른 참여자는 더 좋은 헬스장에 가입했고, 또 다른 사람은 일상에서 작은 간식을 자주 구매하며 기분을 회복했다. 좋은 품질의 연어, 마사지, 콘서트 티켓, 독립적인 첫 여행과 반려동물도 럭셔리로 언급됐다.
이들에게 사치는 비싼 브랜드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행위였다.
경험의 가치
불황기의 럭셔리는 상품의 소유에서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요리하고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시간, 친구와 떠나는 여행, 콘서트와 휴식도 중요한 럭셔리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경험은 일상의 걱정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줬다. 경제 상황과 물가, 직장과 가사에 대한 부담을 잊고 편안함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반드시 큰 비용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좋아하는 컵에 커피를 마시며 15분 동안 조용히 쉬는 것처럼 사소한 순간도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었다.
불황기의 소비자는 상품의 가격보다 그 소비가 어떤 기억을 만들고 누구와 공유되며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제공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럭셔리의 중심이 ‘소유’에서 ‘행동과 경험’으로 바뀐 것이다.
자기 돌봄
연구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난 주제는 자기 돌봄이었다. 경제적 불안과 생활비 부담은 소비자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준다. 이때 작은 사치는 단순한 충동구매가 아니라 신체와 정신 건강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운동화와 헬스장, 마사지, 좋은 음식과 휴가는 자신을 관리하고 회복하기 위한 소비였다.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내거나 가족과 좋은 음식을 나누는 경험도 정서적 안정과 소속감을 제공했다.
소비자는 럭셔리를 통해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감각을 얻었다. 연구진은 기존의 럭셔리 가치에 ‘웰빙’을 추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내구성
불황기에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됐다. 소비자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품질이 좋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합리적인 소비로 받아들였다.
일부 참여자는 구입한 소파와 가구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정기적으로 관리했다.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행동은 경제적 가치를 유지하는 동시에 자신이 책임감 있는 소비자라는 만족감을 제공했다.
럭셔리는 단순히 비싼 상품이 아니라 수명이 길고 수리가 가능하며 지속적으로 기능적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기존 럭셔리 가치 체계에 ‘내구성’을 별도의 기능적 가치로 추가했다.
불황기에는 로고의 크기나 브랜드의 유명세보다 품질, 장인정신과 수명이 구매를 정당화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 것이다.
행복과 감사
럭셔리 소비는 기쁨과 감사의 감정을 만들어냈다. 참여자들은 좋은 집이나 가구, 여행과 가족과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평소 당연하게 생각했던 소비가 더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다. 구매 빈도가 줄어들면서 한 번의 소비를 더 신중하게 계획하고 오래 기다리기 때문이다. 어렵게 저축해 떠난 여행이나 오랫동안 고민해 구입한 제품은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다.
재정적 제약이 반드시 럭셔리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가 상품과 경험의 의미를 더 의식하고 소중하게 관리하도록 만들 수 있다.
죄책감
럭셔리 소비가 긍정적인 감정만 제공한 것은 아니다. 일부 참여자는 소비 후 죄책감과 후회, 수치심을 경험했다.
자신에게 충분한 구매 능력이 있어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고가 제품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불편하게 느꼈다. 다른 사람들이 생활비 문제를 겪는 상황에서 사치품을 소비하는 것이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감정이 극단적으로 비싸거나 환경에 해로운 제품에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신중하게 선택한 가구나 시계, 비교적 평범한 작은 사치에서도 죄책감이 나타났다.
일부 소비자는 구매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거나 제품의 브랜드가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불황기에는 명품을 과시하는 행동이 사회적으로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용한 럭셔리
연구 결과는 최근의 럭셔리 소비가 눈에 띄는 로고나 과시보다 개인적인 의미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황기에 소비자는 럭셔리를 포기하지 않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에는 더 조심스러워진다.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소비하되 다른 사람에게 경제력을 과시하는 것은 피하려 한다.
이는 럭셔리 브랜드가 브랜드 로고와 희소성만 강조하는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내구성과 수리 가능성, 맞춤 제작, 지속가능성과 자기 돌봄의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장기 보증과 수리 서비스는 높은 가격을 정당화하고 소비자의 죄책감을 줄여줄 수 있다. 작은 로고와 절제된 디자인은 과시를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마케팅 변화
연구진은 불황기 럭셔리 마케팅의 중심이 ‘소유’보다 ‘의미’와 ‘행동’에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브랜드는 소비자가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얼마나 부유해 보이는지를 강조하기보다 제품을 통해 무엇을 경험하고 어떻게 자신을 돌볼 수 있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효과적인 전략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장인정신과 내구성 강조
- 수리 서비스와 장기 보증 제공
- 절제된 로고와 디자인
- 건강과 자기 돌봄의 가치 전달
- 가족과 친구가 공유하는 경험 제안
- 맞춤 제작과 개인적 의미 강화
- 지속가능한 소비 방식 제시
불황기 소비자는 단순히 저렴한 명품을 찾는 것이 아니다. 적은 소비에서도 더 오래 지속되고 자신의 삶에 의미를 제공하는 가치를 찾는다.
연구 한계
이 연구는 영국 여성 16명의 경험을 분석한 질적 연구다.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깊이 이해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전체 영국 소비자나 다른 국가의 소비 행동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연구 참여자가 최근 럭셔리 소비 경험이 있는 여성으로 제한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럭셔리 구매를 완전히 중단한 사람이나 남성을 비롯한 다른 성별의 소비는 연구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이 연구는 실제 시장에서 립스틱이나 다른 제품의 판매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측정하지 않았다. 불황기에 어떤 상품의 매출이 증가했는지를 판단하려면 판매자료와 소비자 패널을 이용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논문은 립스틱 효과가 통계적으로 사라졌다고 입증한 연구라기보다 오늘날 일부 소비자가 불황기 럭셔리를 이전과 다르게 정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로 이해해야 한다.
새로운 사치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해서 사람들의 사치 욕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신 사치의 대상과 의미가 달라진다.
과거의 작은 사치가 프리미엄 립스틱이었다면 오늘날의 마법의 립스틱은 운동화, 좋은 음식, 헬스장, 여행, 콘서트, 반려동물 또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종류나 가격이 아니다. 불안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자신을 돌보며 삶에 의미와 행복을 더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불황기의 럭셔리는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만이 아니다.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자신과 주변 사람의 삶을 개선하는 조용하고 책임감 있는 소비로 변화하고 있다.
Citation
Moisieiev, D., Ren, C., Rodrigo, P., Koussaifi, H., & Chapman, S. (2025). The “magic lipstick”: Luxury values in an economic downturn. Qualitative Market Research: An International Journal, 28(4), 695–727. https://doi.org/10.1108/QMR-10-2024-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