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례] 영화산업 지원금은 정말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까?

할리우드 영화나 인기 드라마가 지역에서 촬영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배우와 제작진이 호텔과 식당을 이용하고, 촬영 장비와 차량을 빌리며, 지역 주민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등장한 장소가 관광지가 되고 대규모 스튜디오가 들어서면 장기적인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한 기대를 바탕으로 미국의 여러 주는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유치하기 위해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제작사가 지역에서 지출한 비용의 일정 비율만큼 세금을 줄여주거나, 세액공제 권리를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Brown, Damore와 Brown(2025)이 발표한 정책보고서는 영화 세액공제가 지역경제를 성장시키는 효과적인 정책인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영화 촬영은 늘어날 수 있지만 안정적인 일자리와 충분한 세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며, 상당수 프로그램에서 정부가 지출한 비용보다 회수한 세금이 훨씬 적었다는 것이다.

영화 세액공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세액공제는 제작사의 촬영 비용을 정부가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과는 형태가 다르다. 제작사가 내야 할 세금에서 일정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세금 감면으로 정부가 받을 수 있었던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정부 예산에서는 사실상 비용으로 작용한다.

네바다는 영화와 기타 영상 제작물에 양도 가능한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제작사가 인정받은 지출의 최대 15%를 세액공제로 받을 수 있으며, 다음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 인정되는 전체 지출의 60% 이상이 네바다에서 발생해야 한다.
  • 제작비가 50만 달러를 넘어야 한다.
  • 한 작품이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는 최대 600만 달러다.
  • 주 전체 프로그램의 연간 한도는 1,000만 달러다.
  • 발급된 세액공제는 4년 안에 사용해야 한다.

네바다 프로그램의 중요한 특징은 세액공제를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 제작사는 네바다에서 납부할 세금이 충분하지 않아도 세액공제 권리를 보험회사, 카지노 등 세금 부담이 큰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세액공제를 구매한 기업은 이를 실제 세금 대신 제출한다. 영화 제작사에는 현금과 비슷한 혜택이 생기고, 구매 기업은 세금 부담을 줄이며, 주정부는 그만큼 세수를 포기한다.

따라서 양도 가능한 세액공제는 단순한 세금 감면을 넘어 거래할 수 있는 금융자산에 가깝다.

정부 지출이 보이지 않게 처리된다

영화 제작사에 500만 달러를 직접 지급하면 정부 예산에서 보조금 500만 달러가 지출된 것으로 명확하게 나타난다. 반면 500만 달러의 양도 가능한 세액공제를 제공하면 정부가 현금을 지출하지 않고 받을 세금을 포기한 것으로 기록된다.

두 방식 모두 정부의 재정 상태에는 비슷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세액공제는 지출 항목이 아니라 세입 감소로 처리되기 때문에 대중에게 비용이 덜 분명하게 보일 수 있다.

보고서는 이를 정부 지출이 납세자의 세금 신고를 거쳐 우회하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겉으로는 기업에 직접 돈을 지급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받을 수 있었던 수입을 영화 제작사에 이전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2025 회계연도에 네바다에서는 약 360만 달러의 영화 관련 양도 가능 세액공제가 사용됐으며 약 274만 달러가 아직 사용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용된 세액공제는 기업세, 보험료세와 게임 사업 관련 부담금을 줄이는 데 활용됐다.

네바다에서 일자리 하나에 3만7,000달러가 들었다

네바다 주정부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감사한 45개 제작 프로젝트의 인정 지출은 약 1억3,580만 달러였다. 이들 제작물에는 총 2,388만 달러의 세액공제가 발급됐다.

해당 프로젝트가 만든 일자리를 연간 정규직 환산 인원으로 계산하면 총 638.4개였다. 연평균으로는 약 106개의 정규직 환산 일자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를 세액공제 규모와 비교하면 정규직 환산 일자리 하나를 만드는 데 평균 약 3만7,400달러의 지원이 들어갔다. 연도별 비용은 다음과 같이 증가했다.

  • 2020년: 일자리당 약 2만1,200달러
  • 2021년: 약 2만9,000달러
  • 2022년: 약 3만8,200달러
  • 2023년: 약 4만100달러
  • 2024년: 약 4만3,500달러
  • 2025년: 약 4만8,600달러

제작 프로젝트와 지출은 늘었지만 일자리 한 개를 만드는 데 필요한 보조금도 상승했다. 촬영 유치 실적이 증가했다고 해서 정책의 효율성까지 높아졌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여기서 정규직 환산 일자리는 실제로 영구적인 정규직 근로자 한 명이 고용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러 사람이 단기간 일한 시간을 정규직 한 명의 연간 노동시간으로 환산한 수치일 수 있다. 영화 제작의 상당수 업무가 프로젝트 단위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촬영은 늘어도 일자리는 오래 남지 않는다

영화 제작은 본질적으로 이동성이 높은 산업이다. 한 작품의 촬영이 끝나면 제작진은 다음 프로젝트를 따라 다른 지역이나 국가로 이동한다. 제작사는 스튜디오, 인력, 자연환경뿐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를 고려해 촬영지를 결정한다.

세액공제는 실제로 촬영지를 유치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촬영을 유치하는 것과 지역에 지속 가능한 산업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보고서가 검토한 여러 독립 연구는 영화 세액공제가 고용과 임금에 미치는 효과가 작거나 일시적이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감독, 배우, 프로듀서와 같은 고소득 전문 인력은 기존의 산업 중심지에서 함께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주민에게 제공되는 업무는 촬영 보조, 운송, 숙박, 보안과 같은 단기 일자리에 집중될 수 있다.

제작사가 지원제도를 따라 이동한다면 더 높은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지역이 등장했을 때 다시 떠날 가능성도 크다. 한 영화산업 관계자가 25%의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화성에서도 촬영할 것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영화산업이 커지는 것과 세수가 증가하는 것은 다르다

영화 세액공제의 지지자와 비판자가 서로 다른 결과를 제시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경제효과와 재정효과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효과는 제작사가 지역에서 지출한 금액, 만들어진 소득과 일자리, 호텔과 식당에서 발생한 매출 등을 포함한다. 반면 재정효과는 주정부가 세액공제로 포기한 세수와 새롭게 걷은 세금을 비교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1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지역경제에서 2달러의 지출이 발생했다고 해도 주정부가 1달러를 회수한 것은 아니다. 그 지출 중 정부에 세금으로 돌아오는 금액은 일부에 불과하다.

보고서가 인용한 여러 주의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조지아: 세액공제 1달러당 주 세수 약 19센트
  • 루이지애나: 1달러당 약 22~23센트
  • 뉴욕: 1달러당 직접 세수 약 15센트
  • 미국 22개 주 평가 평균: 1달러당 약 23센트

이는 세액공제 1달러가 경제 전체에서 아무런 활동도 만들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가 포기한 세수만큼 새로운 세금 수입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부족한 금액은 다른 예산을 줄이거나 다른 납세자에게서 충당해야 한다.

네바다에는 소득세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영화산업 지원을 평가할 때는 지역의 조세 구조도 중요하다. 네바다에는 개인소득세가 없다. 영화 제작으로 배우와 제작진의 소득이 증가해도 주정부가 그 소득의 일부를 개인소득세로 회수할 수 없다는 의미다.

캘리포니아, 조지아, 뉴욕 등은 개인소득세를 통해 영화산업 종사자의 소득 일부를 세수로 확보할 수 있다. 반면 네바다는 판매세, 게임산업 관련 세금과 기타 세원에 더 많이 의존한다.

보고서는 네바다처럼 세입 기반이 좁고 변동성이 큰 주에서 대규모 영화 세액공제를 확대하면 다른 공공서비스에 투입할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 식품 지원, 교육과 기반시설에 사용할 수 있었던 예산이 영화 제작사 지원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액공제의 비용은 여러 납세자에게 넓게 분산되지만 혜택은 제작사, 스튜디오 개발업체와 일부 노동자에게 집중된다. 보고서는 이를 ‘분산된 비용과 집중된 혜택’의 정책으로 표현한다.

영화 촬영이 관광산업을 살릴 수 있을까

영화 촬영지가 유명해지면서 관광객이 늘어나는 사례는 실제로 존재한다. 영화에 등장한 건물, 거리와 자연환경을 방문하는 ‘스크린 관광’은 지역에 장기적인 경제효과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속 장소를 방문하는 관광과 영화 스튜디오 시설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은 구분해야 한다. 관객은 좋아하는 작품의 실제 촬영지를 경험하기 위해 이동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제작 스튜디오가 자동으로 관광명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관광 기반이 강한 도시에서는 영화 촬영이 추가적인 매력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튜디오를 건설하면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라는 주장에는 충분한 독립적 근거가 필요하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스튜디오와 영화 테마시설이 기대만큼 관광객을 유치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또한 관광 효과가 발생하더라도 영화의 성공 여부와 지역 노출 정도에 따라 차이가 크다. 모든 촬영물이 지역의 관광 브랜드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영화산업은 불황에 강하다는 믿음

영화는 경제가 어려울 때도 사람들이 찾는 저렴한 오락이기 때문에 불황에 강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 믿음은 대공황 시기 영화관 관객이 증가했던 역사와 연결된다.

그러나 당시에는 경제 불황뿐 아니라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되는 기술혁신이 동시에 일어났다. 새로운 형식에 대한 호기심이 관객을 끌어들인 효과를 경기침체에 대한 저항력으로 잘못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가 검토한 연구에 따르면 영화산업도 거시경제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소비자의 선택적 지출이 줄어들면 영화관람과 스트리밍 구독, 엔터테인먼트 지출도 감소할 수 있다.

최근 영화와 TV 산업은 제작비 상승, 팬데믹의 후유증, 파업, 관객 취향의 변화와 인공지능의 도입이라는 여러 변화에 동시에 직면했다. 대형 스튜디오와 관련 기업에서 감원이 발생하고 미국 내 제작량도 감소했다.

이처럼 산업 자체가 구조조정되는 상황에서 세액공제만으로 안정적인 지역 일자리를 보장하기는 어렵다.

인공지능은 지원정책의 전제를 바꾼다

영화 세액공제는 제작사가 지역에서 사람을 고용하고 관련 산업에 지출한다는 전제에서 정당화된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과 가상 제작 기술이 확산되면 같은 규모의 콘텐츠를 더 적은 인력으로 제작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가 인용한 엔터테인먼트 기업 대상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분의 3이 인공지능으로 인해 감원, 일자리 제거와 기업 통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제작사가 세액공제를 받으면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인건비를 줄인다면 지원금이 지역 일자리로 연결되는 비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 과거의 고용 효과를 기반으로 설계된 지원제도가 기술 변화 이후에도 같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단순한 제작비보다 현지 인력의 고용 기간, 임금 수준, 교육과 기술 이전, 지역 업체 이용 정도를 기준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 세액공제는 모두 실패한 정책일까

이 보고서는 영화 세액공제를 전반적으로 비용이 크고 비효율적인 경제개발 정책으로 평가한다. 다만 이를 모든 프로그램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결론으로 받아들일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새로운 실증모형으로 네바다 프로그램의 순효과를 직접 추정한 논문이라기보다 기존 학술연구, 정부 감사, 정책자료와 언론 보도를 종합한 정책 검토 보고서다. 보고서가 검토한 자료에는 독립적인 학술연구뿐 아니라 세금과 정부지출 축소를 지지하는 싱크탱크의 자료도 포함된다.

또한 재정수익률이 낮다는 사실만으로 문화산업 정책의 가치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박물관, 공연장이나 공공예술에 투자할 때 반드시 세금으로 지출액 전부를 회수하려는 것은 아니다. 영화 지원정책도 지역문화 발전, 인력 양성, 도시 이미지와 산업 다양화 같은 목표를 가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세수 증가를 위한 경제개발 정책이라면 비용 대비 세금 수입과 영구고용 효과를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문화정책이라면 문화적 가치와 창작 생태계 형성이라는 목적을 솔직하게 제시하고 그에 맞는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사업이라고 홍보하면서 실제로는 문화산업 보조금에 가까운 정책을 운영하면 성과가 과장될 가능성이 커진다.

좋은 영화 지원정책에는 조건이 필요하다

영화산업을 지원하더라도 모든 제작비에 동일한 세액공제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 지역에 남는 효과를 높이려면 지원 조건을 더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

  • 현지 주민의 고용 비율과 근무 기간을 반영한다.
  • 고임금 정규직과 장기계약 일자리에 추가 혜택을 제공한다.
  • 지역 장비업체와 서비스업체의 실제 이용액을 평가한다.
  • 외부에서 데려온 고소득 인력의 급여에는 공제 한도를 설정한다.
  • 제작 종료 후에도 운영될 교육과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요구한다.
  • 프로젝트별 지원액과 세수 회수 결과를 공개한다.
  • 독립기관이 경제효과를 검증하도록 한다.
  • 성과가 기준에 미달하면 지원을 자동으로 축소하거나 종료한다.
  • 다른 지역의 지원액을 따라가는 무제한 보조금 경쟁을 피한다.

일회성 촬영을 유치하는 것보다 교통, 통신, 교육, 스튜디오와 기술 기반처럼 여러 산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에 투자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할리우드의 화려함과 경제적 현실

영화 촬영은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관심을 만들어낼 수 있다. 유명 배우와 대규모 제작진이 방문하면 호텔, 식당, 차량 대여와 관련 서비스업체의 매출도 증가한다. 문제는 이러한 눈에 보이는 활동이 정부가 포기한 세수보다 큰 장기적 이익으로 이어지는가에 있다.

영화 한 편이 촬영되는 모습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세액공제로 줄어든 교육·복지·인프라 예산과 프로젝트 종료 후 사라진 일자리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것이 영화 세액공제가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이유이면서 경제적으로 신중하게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보고서의 결론은 영화산업이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할리우드의 화려한 이미지와 지역경제의 실제 성과를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영화 제작을 유치했다는 사실보다 어떤 일자리가 얼마나 오래 유지됐는지, 지역 업체에 얼마가 돌아갔는지, 정부가 얼마의 세금을 회수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지역에 남는 산업 기반 없이 제작비만 보조한다면 영화가 끝나는 순간 경제효과도 함께 막을 내릴 수 있다.

Citation

Brown, M. J., Damore, D. F., & Brown, W. E., Jr. (2025). Understanding film tax credits in Nevada and nationally. The Lincy Institute Policy Primer, 1–24. University of Nevada, Las Vegas.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