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넷플릭스를 어떻게 ‘팬데믹 승자’로 만들었나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산업에 동일한 충격을 주었지만, 그 결과는 산업마다 크게 달랐다. 관광, 항공, 영화관처럼 사람의 이동과 대면 활동에 의존하는 산업은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 반면 온라인 쇼핑, 화상회의, 디지털 교육, 스트리밍처럼 비대면 환경에 적합한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Soldo와 Schagerl(2023)은 넷플릭스가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이었다고 분석한다.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홈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미 글로벌 스트리밍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던 넷플릭스는 이 수요를 곧바로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성공을 단순히 “사람들이 집에 있었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넷플릭스는 팬데믹 이전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 방대한 콘텐츠 확보, 간편한 구독 시스템을 통해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팬데믹이 앞당긴 디지털 전환
코로나19는 이미 진행 중이던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었고, 쇼핑과 여가 활동도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했다. McKinsey & Company는 2020년의 디지털 전환을 두고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날 변화가 불과 며칠 만에 진행되었다고 평가했다.
엔터테인먼트 소비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영화관, 극장, 스포츠 경기장 등이 문을 닫거나 운영을 제한하면서 사람들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찾기 시작했다. 미국 소비자의 87%와 영국 소비자의 80%가 팬데믹 기간에 비디오 콘텐츠 소비를 늘렸다는 조사 결과는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영국에서는 봉쇄 기간 동안 사람들이 깨어 있는 시간의 약 40%를 텔레비전과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 시청에 사용했다. 주당 10시간 이상 넷플릭스 콘텐츠를 시청하는 가입자의 비율도 팬데믹 이전 16%에서 팬데믹 기간 38%로 증가했다.
넷플릭스는 단순한 오락 플랫폼을 넘어 교육적 목적으로도 활용됐다. 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 가입자의 35%가 교육 콘텐츠를 보기 위해 플랫폼을 이용했다. 이는 팬데믹이 스트리밍 서비스의 사회적 역할과 이용 범위를 함께 확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넷플릭스가 위기에 유리했던 이유
Soldo와 Schagerl은 넷플릭스가 팬데믹의 수혜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넷플릭스는 팬데믹 발생 전부터 190개 이상의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특정 국가나 지역의 상황에만 의존하지 않고 세계 각지에서 신규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 이미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었다. 봉쇄 조치로 영화와 드라마 제작이 중단되었지만, 넷플릭스는 기존 콘텐츠만으로도 이용자에게 충분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었다.
셋째, 구독 방식이 단순하고 편리했다. 이용자는 복잡한 설치나 장기 계약 없이 빠르게 가입할 수 있었고, 월정액으로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었다. 광고가 없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언제든지 쉽게 해지할 수 있다는 점도 신규 이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넷째, 넷플릭스는 영화관 개봉에 크게 의존하지 않았다. 디즈니, 유니버설, 워너 브라더스와 같은 전통적인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영화관 폐쇄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반면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자체 플랫폼으로 직접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극장 운영 중단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다.
이는 팬데믹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든 것이라기보다, 넷플릭스가 오랫동안 구축해 온 디지털 유통 구조의 경쟁력을 극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 1분기, 가입자 증가 기록을 세우다
팬데믹이 넷플릭스에 미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가입자 수에서 나타났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넷플릭스의 분기별 평균 순증 가입자는 약 774만 명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1분기에는 무려 1,577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는 당시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높은 분기별 증가 수치였다.
2020년 전체로 보면 넷플릭스는 약 3,700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했다. 그중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약 1,490만 명,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약 930만 명이 증가했다. 전체 신규 가입자의 80% 이상이 미국과 캐나다 이외의 해외 시장에서 발생했다.
이러한 결과는 두 가지 사실을 보여준다. 하나는 코로나19가 넷플릭스의 글로벌 확장을 크게 가속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 시장이 이미 상당히 포화되어 넷플릭스의 미래 성장이 해외 시장에 달려 있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2020년 말 전 세계 유료 가입자 약 2억 367만 명을 확보하며 처음으로 2억 명을 넘어섰다. 2018년 1분기와 비교하면 전체 가입자 기반이 70% 이상 성장한 것이다.
여름이 되자 가입자 증가가 둔화됐다
팬데믹 기간 내내 가입자가 같은 속도로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2020년 1분기에는 기록적인 성장을 보였지만, 3분기 순증 가입자는 약 221만 명에 그쳤다.
연구는 이러한 둔화의 원인으로 여름철 방역 조치 완화를 지목한다. 외부 활동이 다시 가능해지고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함께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넷플릭스의 성장이 플랫폼 자체의 경쟁력뿐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 제한이라는 외부 조건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팬데믹은 넷플릭스의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강화했지만, 일부 가입자 증가는 특별한 위기 상황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수요이기도 했다.
가입자 증가는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
가입자 증가는 넷플릭스의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연구가 분석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넷플릭스의 분기별 평균 매출 성장률은 약 5.45%였다. 2020년 4분기 매출은 66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2018년 1분기보다 약 80% 증가한 규모였다.
다만 매출은 가입자만큼 빠른 속도로 증가하지 않았다. 신규 가입자의 상당수가 해외 시장에서 발생했는데, 다른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의 가치 상승이 해외 매출 환산에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넷플릭스는 202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을 위해 더 이상 외부 부채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팬데믹 기간의 가입자 확대가 단기적인 수익 증가를 넘어 기업의 재무구조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주식시장이 인정한 ‘팬데믹 수혜주’
코로나19가 처음 세계적으로 확산된 2020년 3월, 글로벌 주식시장은 급격히 하락했다. 넷플릭스 주가 역시 초기에는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곧 넷플릭스를 봉쇄와 비대면 소비 환경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넷플릭스 주가는 2020년 한 해 동안 60%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 500의 상승률이 약 6.5%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성과였다.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2020년 말 약 2,400억 달러에 도달했다. 이는 1년 전보다 약 1,000억 달러 증가한 규모다. 가입자 수와 매출뿐 아니라 시장의 기대 역시 넷플릭스를 대표적인 팬데믹 수혜 기업으로 만들었다.
성공 뒤에 남은 콘텐츠 제작의 문제
팬데믹이 넷플릭스에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봉쇄 조치로 세계 각지의 영화와 드라마 제작 현장이 멈추면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차질을 빚었다.
넷플릭스의 경쟁력은 단순히 기존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해 가입자를 유치하고 기존 가입자의 이탈을 막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따라서 장기간 제작이 중단되면 향후 공개할 콘텐츠가 부족해지고 가입자 유지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었다.
넷플릭스는 방대한 기존 라이브러리 덕분에 2020년의 급격한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콘텐츠 공급을 정상화해야 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성장은 기술과 유통 시스템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콘텐츠 제작 능력에 의존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라는 강력한 경쟁자
2020년 넷플릭스가 마주한 또 다른 과제는 디즈니 플러스의 급성장이었다. 디즈니 플러스는 2019년 11월 출시되어 팬데믹과 동시에 빠르게 가입자를 확대했다.
디즈니는 당초 5년에 걸쳐 가입자 6,000만 명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2020년 7월에 이미 이 목표를 달성했다.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스트리밍 수요가 폭발한 시기가 디즈니 플러스의 출시 시점과 정확히 겹친 것이다.
이는 팬데믹이 넷플릭스만을 위한 기회가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스트리밍 시장 전체가 성장하면서 경쟁자들도 빠르게 규모를 확대했다. 넷플릭스는 전체 시장의 확대로 이익을 얻었지만, 동시에 콘텐츠 확보와 가입자 유지를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특히 디즈니처럼 오랜 기간 축적된 지식재산권과 인기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기업의 등장은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도록 압박했다.
넷플릭스의 성공이 보여주는 것
Soldo와 Schagerl의 연구는 가입자 수, 매출, 주가라는 세 가지 지표를 통해 코로나19가 넷플릭스의 성장을 가속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넷플릭스는 팬데믹이 발생한 뒤 갑자기 성공한 기업이 아니다. 이미 구축해 놓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콘텐츠 라이브러리, 구독 시스템, 직접 유통 구조가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경쟁우위로 작용했다.
이 사례는 기업이 외부 환경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응하려면 위기가 발생한 후에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새로운 소비 행동을 즉시 받아들일 수 있는 기술적 기반, 글로벌 접근성, 충분한 콘텐츠와 간편한 서비스 구조가 사전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동시에 팬데믹 기간의 기록적인 성장을 넷플릭스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봉쇄가 해제되면 사람들의 여가 활동은 다시 다양해지고, 신규 가입자의 증가 속도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 디즈니 플러스를 비롯한 경쟁 서비스의 확산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 상승도 넷플릭스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
결국 코로나19는 넷플릭스를 새롭게 만든 사건이라기보다, 넷플릭스가 오랜 기간 구축해 온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의 힘을 증명한 사건에 가깝다. 팬데믹은 영화와 텔레비전 소비가 온라인 스트리밍 중심으로 이동하는 속도를 크게 앞당겼고, 넷플릭스는 그 변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에도 이러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가입자 확대, 안정적인 콘텐츠 공급, 경쟁 플랫폼과의 차별화라는 더 복잡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Citation
Soldo, L., & Schagerl, C. (2023). Impact of the COVID-19 pandemic on Netflix. MAP Education and Humanities, 3(1), 75–82. https://doi.org/10.53880/2744-2373.2023.3.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