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 장에서 시작된 짐 론의 인생: 목표를 적는다는 것
짐 론의 강의를 여러 번 반복해 들으면서 가장 먼저 마음에 남은 단어는 목표였다.
그는 강의 내내 목표 이야기를 한다. 분명한 목표가 없으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원하는 곳에 닿기 어렵다고. 처음에는 너무 당연한 말처럼 들렸다. 목표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짐 론이 왜 그토록 목표를 강조하게 되었는지, 그 시작에 있었던 이야기를 알고 나서는 이 말이 전혀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지갑에 2달러가 없던 스물다섯 살
짐 론은 미국 아이다호주의 시골 농장에서 자랐다. 대학을 1년 만에 그만두고 일찍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백화점에서 재고를 정리하는 일을 하며 일주일에 50달러 남짓을 벌었다.
열심히 일했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매달 청구서는 쌓였고, 빚은 줄지 않았다.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는 깊은 좌절감 속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어린 소녀가 걸스카우트 쿠키를 사달라며 문을 두드렸다. 쿠키 한 상자는 2달러였다. 그런데 그의 지갑에는 그 2달러조차 없었다.
짐 론은 소녀에게 이미 쿠키를 샀다고 둘러대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문 뒤에 서서, 어린아이에게 거짓말을 해야 할 만큼 가진 것이 없는 자신에게 견딜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날 그는 다짐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스승 얼 쇼프와의 만남
얼마 뒤 한 친구가 짐 론을 어느 강연에 데려갔다. 강연자는 얼 쇼프(Earl Shoaff)라는 사업가였다. 당시 사람들은 그를 “백만장자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얼 쇼프의 이야기는 단순했지만 강력했다. 짐 론은 강연이 끝나자 그에게 다가가 자신을 이끌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그는 얼 쇼프의 회사에 합류했고, 두 사람의 사제 관계가 시작되었다.
“자네의 목표 목록을 보여주게”
함께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얼 쇼프는 짐 론을 따로 불렀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네가 세운 목표 목록을 한번 보자고. 함께 살펴보면서 조언을 해주고 싶다고.
짐 론은 머뭇거렸다.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얼 쇼프가 집에 두고 왔느냐, 차에 있느냐고 다시 묻자, 그는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실은 어디에도 적어둔 목록이 없다고.
얼 쇼프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목표를 적어둔 목록이 없다면, 지금 네 통장 잔고가 얼마인지 맞혀보겠다고.
그리고 그는 정확히 맞혔다. 거의 바닥이거나, 0에 가까울 거라고.
짐 론은 큰 충격을 받았다. 실제로 그의 통장은 거의 비어 있었다. 얼 쇼프는 이어서 이야기했다. 목표를 분명하게 적어두지 않는다면 1년 뒤에도,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네 통장과 네 삶은 지금과 똑같을 것이라고. 성공은 막연한 바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목표가 없는 삶은, 지금과 똑같은 내일을 반복하게 된다.
종이 한 장이 바꾼 인생
얼 쇼프는 그 자리에서 짐 론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을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빠짐없이 적어보라고.
짐 론은 적어 내려갔다. 갖고 싶은 차, 살고 싶은 집, 갚아야 할 빚, 가족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 그리고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까지. 막연하게 적지 않고 구체적인 숫자로 적었다.
그날 이후 짐 론은 매일 자신의 목표를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갈고닦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얼 쇼프는 두 사람이 만난 지 5년쯤 지났을 때 마흔아홉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짐 론은 그 이듬해, 서른한 살에 백만장자가 되었다.
2달러가 없어 문을 닫아야 했던 청년이, 종이 한 장에 목표를 적은 지 몇 년 만에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짐 론이 평생 목표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잘 살고 싶다”는 목표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바라는 것은 있다.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 건강해지고 싶다, 행복하고 싶다.
하지만 짐 론의 기준으로 보면 이건 목표라기보다 막연한 바람에 가깝다. 바람은 따뜻하지만 힘이 없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얼마나 왔는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짐 론은 목표가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물다섯 살의 그가 종이에 숫자로 목표를 적었던 것처럼.
- “건강해지고 싶다” → “석 달 동안 일주일에 세 번, 저녁에 30분씩 걷기”
- “돈을 모으고 싶다” → “올해 안에 비상금 통장을 만들고 매달 정해진 금액 넣기”
- “영어를 잘하고 싶다” → “6개월 동안 매일 영어 강의 20분 듣기”
- “책을 많이 읽고 싶다” → “한 달에 두 권, 읽고 나면 한 문단씩 기록하기”
왼쪽은 마음이고, 오른쪽은 길이다. 왼쪽만 품고 있으면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지만, 오른쪽이 있으면 오늘 저녁에 할 일이 정해진다.
적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이 보인다
짐 론은 목표를 반드시 종이에 손으로 적으라고 말한다. 머릿속에만 있는 생각은 목표가 아니라 희망에 불과하다고. 종이에 적고 기간을 정할 때 비로소 우리 안의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그는 보았다.
그런데 목표를 종이에 적는 일에는 또 하나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목표를 세우지 못하는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해야 할 일에만 쫓기다 보면,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리게 된다. 누군가 “너는 무엇을 원하니?”라고 물으면 한참 동안 대답을 못 하게 된다.
그럴 때 종이 한 장을 꺼내 펜을 들어보면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한두 줄밖에 쓰지 못한다. 그런데 계속 앉아 있다 보면 잊고 있던 것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어릴 때 가보고 싶었던 곳, 언젠가 배우고 싶었던 것, 시간이 생기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 되고 싶었던 모습. 너무 오래 꺼내보지 않아서 먼지가 쌓여 있었을 뿐,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래서 목표를 적는 일은 단순히 계획을 세우는 일이 아니다. 나에게 다시 묻는 일이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무엇이 나를 설레게 하는지.
목표를 적는다는 건, 오랫동안 잊고 있던 나에게
“너는 정말 무엇을 원하니?”라고 다시 물어보는 일이다.
목표는 기간에 따라 나누어 세운다
짐 론은 목표를 세울 때 반드시 기간에 따라 구분하라고 강조했다. 크게는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 두 가지로 나누어 종이에 적게 했다.
단기 목표: 1년 이내
오늘부터 다음 달, 혹은 1년 안에 이루고 싶은 것들이다. 작은 습관 만들기, 자격증 따기, 읽고 싶은 책 목록, 작은 빚 갚기, 짧은 여행 같은 것들이 여기에 들어간다.
단기 목표의 목적은 작은 성취를 빠르게 맛보는 것이다.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루다 보면 “나도 해낼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기고, 그 자신감이 다음 걸음을 내딛게 하는 추진력이 된다.
장기 목표: 1년 이상
3년, 5년, 10년, 길게는 평생에 걸쳐 이루고 싶은 큰 그림이다. 일에서 이루고 싶은 가장 높은 자리, 경제적인 자유, 가족을 위한 집, 세상에 남기고 싶은 것 같은 것들이다.
장기 목표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눈앞의 어려움이나 한 번의 실패에 흔들리더라도,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잊지 않게 해준다.
짧은 목표는 오늘을 움직이게 하고, 긴 목표는 오늘에 의미를 준다. 둘 중 하나만 있으면 삶은 금세 균형을 잃는다.
짐 론의 1·3·5·10 목표 적기
짐 론은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목표를 기간별로 나누는 독특한 연습을 시켰다. 누구나 오늘 바로 따라 해볼 수 있다. 준비물은 종이 한 장과 펜 하나, 그리고 방해받지 않는 30분이다.
1. 쉬지 않고 적는다
시간을 정해두고, 앞으로 10년 동안 원하는 모든 것을 멈추지 않고 적는다. 타이머를 10분이나 15분쯤 맞춰두면 좋다.
이때 중요한 건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이건 너무 사소한데”, “이건 말도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도 일단 적는다. 크든 작든, 현실적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렇게 나누어 생각해보면 도움이 된다.
- 갖고 싶은 것: 물건, 공간, 경제적인 여유
- 해보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도전하고 싶은 일
- 가보고 싶은 곳: 여행지, 살아보고 싶은 도시
- 되고 싶은 모습: 어떤 성품과 실력을 가진 사람,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
2. 숫자를 붙인다
다 적었으면 각 항목 옆에 그 목표를 이루는 데 걸릴 것 같은 기간을 숫자로 적는다.
- 1년 안에 이룰 수 있을 것 같으면 1
- 3년쯤 걸릴 것 같으면 3
- 5년쯤 걸릴 것 같으면 5
- 10년쯤 걸릴 것 같으면 10
3. 균형을 살펴본다
이제 숫자들이 고르게 나뉘어 있는지 살펴본다. 1만 가득하다면 먼 미래에 대한 그림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10만 가득하다면 오늘 당장 움직일 힘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 단계에서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지금 당장의 일에만 쫓기며 살고 있었는지, 아니면 먼 꿈만 바라보며 오늘을 흘려보내고 있었는지.
목표를 세울 때 꼭 지켜야 할 것
짐 론은 기간을 나누어 목표를 세울 때 몇 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키라고 했다.
반드시 손으로 적는다
머릿속의 생각은 금세 흐려지고, 어제와 오늘 모양이 달라진다. 손으로 적고 기간을 함께 적어야 비로소 목표가 된다. 적은 종이는 책상 앞이나 다이어리 첫 장처럼 자주 보이는 곳에 두고, 가끔 꺼내 읽으며 고친다.
이유를 함께 적는다
목표와 기간 옆에 “나는 왜 이것을 원하는가?”를 적는다. 짐 론은 이유가 강하면 방법은 저절로 찾아진다고 보았다. 이유가 분명한 목표는 길이 막혀도 다른 길을 찾게 만든다.
이유를 적다 보면 또 하나를 알게 된다. 어떤 목표는 이유가 술술 써지고, 어떤 목표는 이유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 목표는 어쩌면 남들이 원해서, 혹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적은 목표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이 될지를 생각한다
짐 론이 얼 쇼프에게서 배운 가장 큰 가르침은 이것이었다. 얼 쇼프는 백만장자가 되는 목표를 세우라고 했다. 백만 달러라는 돈 때문이 아니라, 그 목표를 이루는 동안 네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는지가 훨씬 더 값지기 때문이라고.
그는 또 상황이 쉬워지기를 바라지 말고, 스스로가 더 나아지기를 바라라고 했다.
목표의 크기나 기간보다 중요한 건, 그 시간 동안 내가 어떤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변해가느냐다. 목표를 이루려면 배워야 하고, 참아야 하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전보다 단단해진다. 설령 목표를 완벽하게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길 위에서 자란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
목표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만 세우는 게 아니다.
그 길을 걸으며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세우는 것이다.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면
혹시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원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래 지쳐 있었거나, 다른 사람을 챙기느라 나를 뒤로 미뤄왔다면 더욱 그렇다.
스물다섯 살의 짐 론도 그랬다. 열심히 일했지만 목표 목록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를 바꾼 건 대단한 기회가 아니라, 스승이 건넨 종이 한 장이었다.
그러니 오늘 저녁, 조용한 시간에 종이 한 장을 펼쳐보자. 처음에는 한 줄이어도 괜찮다. 그 작은 한 줄이 내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다시 알아가는 첫걸음이 된다. 그리고 오랜만에 나에게 물어보자. 나는 정말 무엇을 원하지?
짐 론의 강의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영어 강의라 처음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천천히 여러 번 들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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