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시장에서 성공하는 브랜드의 3단계 전략
기업이 새로운 국가나 다문화 시장에 진출할 때 흔히 사용하는 전략은 기존 광고의 언어를 번역하고 현지 모델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현지화는 오히려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거나 같은 인종적 배경을 지녔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동일한 가치관과 구매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민 세대, 연령, 종교, 성별, 현지 문화에 동화된 정도에 따라 브랜드를 바라보는 방식은 크게 달라진다.
Schofield, Duber-Smith와 Baker(2025)는 문화와 브랜드의 관계를 분석하고, 기업이 다문화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브랜드 진화 프로세스(Brand Evolution Process·BEP)를 제시했다. 이들은 효과적인 브랜딩을 브랜드 개발, 브랜드 관리, 브랜드 최적화라는 세 단계로 구분하고, 모든 단계에 문화적 이해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화는 소비자의 브랜드 선택을 바꾼다
브랜드는 단순히 상품을 구분하는 이름이나 로고가 아니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성격과 사회적 지위, 소속 집단과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한다.
따라서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이라도 특정 문화와 연결되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논문은 이를 ‘브랜드 민족성(Brand Ethnici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브랜드 민족성은 제품이 실제로 어느 국가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의미하는 원산지 이미지와 다르다. 예를 들어 Old Spice는 미국 브랜드지만 일부 히스패닉 소비자에게는 오랫동안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어온 친숙한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다. 브랜드의 국적보다 특정 공동체 안에서 형성된 역사와 문화적 연상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기업이 다문화 시장에 진출할 때는 “이 제품은 어느 나라 브랜드인가”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이 브랜드를 어느 문화에 속한 것으로 느끼는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히스패닉 시장은 하나의 소비자 집단이 아니다
논문은 미국 히스패닉 시장을 중심으로 다문화 소비자의 다양성을 설명한다. 가장 중요한 결론은 모든 히스패닉 소비자를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히스패닉 정체성이 강한 소비자는 문화적 요소를 활용한 광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보일 수 있다. 반면 미국 사회에 비교적 많이 동화됐거나 문화적 정체성이 약한 소비자는 히스패닉 문화를 강조한 광고보다 할인과 판촉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연령과 세대도 중요한 변수다. 이민 1세대와 2·3세대는 선호하는 언어와 미디어, 문화적 상징이 다를 수 있다. 젊은 라틴계 소비자는 부모나 조부모 세대보다 미국 주류문화에 가까운 소비 행동을 보이면서도 특정 상황에서는 히스패닉 정체성을 강하게 표현할 수 있다.
문화적 정체성은 ‘히스패닉’과 ‘미국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두 문화 사이에는 다양한 단계와 혼합된 정체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기업은 인종이나 언어만으로 시장을 구분하지 말고 문화적 유대감, 동화 정도, 연령과 제품 특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연구 방법: 기존 연구와 사례를 연결한 개념적 분석
이 연구는 특정 기업의 매출이나 광고 효과를 직접 실험한 논문이 아니다. 저자들은 브랜드 개발, 관리 및 최적화와 관련된 선행연구를 검토하고, 이를 다문화 소비자 연구 및 기업 사례와 결합했다.
특히 히스패닉 소비자를 다룬 여러 연구를 근거이론적 접근으로 분석해 공통된 개념과 전략을 도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진화 프로세스와 문화적 브랜딩 모델(Cultural Branding Model·CBM)을 제안했다.
따라서 이 연구의 의의는 하나의 광고기법이 항상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있지 않다. 여러 연구에서 발견된 결과를 체계화해 기업이 문화적 브랜딩 전략을 설계하고 점검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는 데 있다.
1단계: 브랜드 개발
브랜드 개발의 목적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기업은 브랜드의 목적과 가치, 성격과 핵심 속성을 정의하고 경쟁 브랜드와 다른 위치를 설정해야 한다.
다문화 시장에서는 이 과정부터 문화가 반영돼야 한다. 종교, 연령, 국적, 성별, 민족성과 인종 같은 사회적 요소는 소비자가 브랜드의 이름과 색상, 상징, 광고 모델과 이야기를 해석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문화적 가치를 브랜드 정체성에 반영한다
브랜드의 정체성이 목표 소비자의 문화적 가치와 연결되면 소비자는 브랜드를 자신과 관계있는 존재로 인식한다. 이는 단순한 인지도를 넘어 신뢰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
그러나 문화적 요소를 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전통 의상이나 음식, 음악처럼 눈에 보이는 상징만 광고에 넣는다고 문화적 관련성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해당 상징이 공동체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세대에 따라 해석이 어떻게 다른지를 조사해야 한다.
기업 내부의 추측만으로 소비자의 문화를 정의해서도 안 된다. 설문조사와 포커스 그룹, 지역사회 인터뷰 등을 통해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 속성과 문화적 표현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제품의 종류에 따라 문화적 마케팅 효과가 달라진다
문화적 정체성이 강하다고 해서 모든 제품에서 민족성을 강조한 광고가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논문에서 검토한 연구에 따르면 문화적 단서는 비교적 구매 위험이 낮고 자주 구입하는 저관여 제품에서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가격이 높거나 신중한 비교가 필요한 고관여 제품에서는 품질, 기능과 신뢰성 같은 정보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자체 브랜드와 유명 제조사 브랜드 사이의 선택에서도 소비자의 민족성만으로 행동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제품의 실용성, 점포 충성도와 가격 등 다른 요인이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히스패닉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식의 일반화보다 제품 특성과 구매 상황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
2단계: 브랜드 관리
브랜드를 개발한 뒤에는 시장에서 형성된 이미지를 지속해서 관리해야 한다. 브랜드 관리는 소비자의 인지도와 태도, 충성도를 유지하는 과정이다.
다문화 시장에서 브랜드 관리는 동일한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문화적 맥락에 맞게 표현 방식을 조정하는 작업이다.
대중 전체가 아닌 세부 집단을 관리한다
히스패닉 소비자 가운데 문화적 유대가 강한 집단은 브랜드 전환에 소극적이고 높은 충성도를 보일 수 있다. 이들에게는 단기적인 할인보다 공동체와의 장기적인 관계와 문화적으로 관련된 메시지가 효과적일 수 있다.
반면 문화적 유대가 약한 소비자는 민족성을 강조한 광고보다 일반적인 판촉과 가격 혜택에 더 민감할 수 있다. 같은 히스패닉 시장 안에서도 서로 다른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저자들은 시장세분화·표적시장 선정·포지셔닝(STP)이 다문화 시장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국 단위의 획일적인 광고보다 지역과 세대, 언어와 문화적 정체성에 맞춘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민자의 정체성과 원산지 인식도 고려한다
이민자는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면서도 출신 문화와의 관계를 유지한다. 현지 사회에 대한 소속감이 낮은 소비자는 해당 국가의 제품 구매를 꺼릴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제품의 품질이 낮다고 평가해서가 아니라, 그 제품이 상징하는 국가나 문화에 정서적인 거리를 느끼기 때문에 구매 의향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제품의 원산지 이미지를 강조할 때는 소비자가 현지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미국 브랜드”라는 표현이 어떤 소비자에게는 신뢰를 주지만 다른 소비자에게는 거리감을 줄 수 있다.
3단계: 브랜드 최적화
브랜드 최적화는 이미 만들어진 브랜드를 변화하는 시장에 맞게 개선하는 단계다. 기업은 브랜드 자산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브랜드 확장, 공동 브랜딩, 리포지셔닝을 추진한다.
다문화 시장에서 최적화는 한 번의 현지화로 끝나지 않는다. 문화적 가치와 사회적 표현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브랜드도 소비자 반응을 관찰하며 수정돼야 한다.
문화적 변화에 맞춰 브랜드를 조정한다
효과적인 브랜드 최적화를 위해서는 문화 트렌드와 소비자 인식을 지속해서 조사해야 한다. 기업은 광고에 대한 반응뿐만 아니라 사회적 논쟁과 언어의 변화, 세대별 가치관과 소비 방식도 관찰해야 한다.
문화적 변화가 확인되면 광고 이미지와 메시지, 제품 구성과 브랜드 포지셔닝을 신속하게 조정해야 한다. 과거에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던 표현이 현재는 고정관념이나 차별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과 포용성 역시 광고에 여러 인종의 모델을 등장시키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다양한 배경의 구성원을 참여시키고, 그들의 의견이 제품과 캠페인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히스패닉 밀레니얼 세대의 중요성
논문이 인용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라틴계 소비자의 구매력은 2020년 약 1조7,200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히스패닉 밀레니얼 세대는 온라인 활동이 활발하고 브랜드 및 유행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집단으로 나타났다.
젊은 밀레니얼 소비자는 편리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충동구매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며,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에서 피로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소비자에게는 수많은 제품을 보여주는 것보다 선택 과정을 단순화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쉽게 발견하도록 돕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는 다문화 마케팅에서 민족성만 볼 것이 아니라 연령과 디지털 행동, 소비 심리까지 결합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문화적 민감성
논문은 Dolce & Gabbana를 문화적 대응에 실패한 사례로 제시하고, Netflix와 Nike, Apple을 비교적 효과적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활용한 브랜드로 평가한다.
Dolce & Gabbana의 사례는 현지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고정관념으로 표현했을 때 글로벌 브랜드도 빠르게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브랜드가 의도한 유머나 창의적인 표현도 현지 소비자가 모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심각한 위기로 이어진다.
반면 Netflix는 국가별 콘텐츠와 문화적 이야기를 활용하면서 글로벌 플랫폼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Nike는 다양한 인종과 사회적 배경을 지닌 인물을 브랜드 메시지에 포함하고, Apple은 일관된 디자인과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매장과 마케팅에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다.
이러한 사례의 공통점은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문화적 맥락에 맞게 경험과 표현 방식을 조정한다는 데 있다.
문화적 브랜딩 모델의 7단계
저자들이 제시한 문화적 브랜딩 모델(CBM)은 다음 일곱 단계로 구성된다.
1. 문화 조사
목표 시장의 종교, 연령, 국적, 성별, 민족성, 인종, 언어와 생활방식을 조사한다. 표면적인 인구통계뿐 아니라 소비자가 어떤 가치와 정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2. 문화적 민감성 교육
마케팅팀이 다양한 문화적 관점을 이해하고 고정관념을 피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문화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다른 집단의 경험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3. 문화에 따른 시장세분화
같은 민족 집단도 세대와 문화적 유대감, 언어 및 생활방식에 따라 구분한다. 하나의 집단으로 묶기보다 실질적인 소비 행동을 기준으로 세분화해야 한다.
4. 문화적 적응
광고 문구와 이미지, 제품 구성, 서비스 방식을 각 집단의 문화적 가치에 맞게 조정한다. 단순 번역이 아니라 메시지가 현지에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를 검토한다.
5. 포용적인 메시지 개발
다양성을 장식처럼 사용하는 대신 여러 소비자가 자신도 브랜드의 고객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표현의 진정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6. 문화 전문가와 협업
문화 전문가와 지역 인플루언서, 공동체 지도자에게 캠페인 검토를 요청한다. 기업 내부에서 발견하지 못한 오해나 부적절한 표현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7.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조정
소비자 반응과 문화적 변화를 계속 관찰하고 브랜드 전략을 수정한다. 문화적 브랜딩은 한 번 완료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마다 반복되는 순환 과정이다.
다문화 브랜딩의 핵심은 진정성이다
다문화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모든 소비자에게 서로 다른 브랜드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 브랜드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와 정체성은 유지하되, 그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이 각 문화에서 자연스럽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문화를 기업이 임의로 정의해서는 안 된다. 실제 소비자를 조사하고, 문화 전문가와 협력하고, 캠페인이 공개된 이후에도 반응을 점검해야 한다.
문화적 관련성은 광고에 전통 음식이나 의상, 특정 언어를 추가하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브랜드가 해당 공동체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오랫동안 관계를 형성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Schofield, Duber-Smith와 Baker의 연구는 문화적 민감성이 도덕적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비자의 문화를 존중하는 브랜드는 신뢰와 충성도를 높이고, 문화적 실수를 줄이며, 장기적으로 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구축할 수 있다.
Citation
Schofield, A., Duber-Smith, D., & Baker, B. (2025). The three B’s of branding: Navigating multicultural markets. Journal of Marketing Development and Competitiveness, 19(1),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