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되기를 원치 않는 스트리밍 서비스들: 틈새 SVOD의 생존 전략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글로벌 스트리밍 전쟁 속에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같은 거대 플랫폼이 아닌 작고 독특한 틈새(Niche) 플랫폼들은 어떻게 살아남고 있을까. Wayne과 Sienkiewicz (2023)가 발표한 미디어 산업 연구 논문은 세 개의 유대인 및 이스라엘 특화 스트리밍 서비스인 ChaiFlicks, Izzy, Jewzy의 사례를 통해 이들만의 독특한 콘텐츠 수급 생존법을 분석한다.
거대 플랫폼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 틈새 플랫폼은 대형 자본이 외면하는 특정 콘텐츠를 쓸어 담으며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각 플랫폼의 3인 3색 콘텐츠 수급법
이 논문은 틈새 플랫폼들이 자본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업계 내 기존 인맥을 활용하거나 창의적인 라이선싱 계약을 맺는 방식을 자세히 살펴본다. 타깃 시청자와 자본력에 따라 세 플랫폼의 전략은 뚜렷하게 갈린다.
ChaiFlicks: 유대인 독립 영화의 피난처
ChaiFlicks는 아이러니하게도 넷플릭스의 정책 변화 덕분에 탄생했다. 과거 독립 영화 판권을 꾸준히 구매하던 넷플릭스가 점차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으로 방향을 틀면서 독립 영화 구매를 멈추었기 때문이다. 이에 유대인 독립 영화 전문 배급사인 메넴샤 필름이 직접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어 만든 것이 ChaiFlicks다.
이들은 영화제에서 검증된 양질의 예술 영화들을 큐레이션하며, 선급금과 후불 수익 공유 모델을 결합해 콘텐츠를 수급한다. 모회사의 탄탄한 업계 네트워크 덕분에 경쟁력 있는 유대인 독립 영화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무기다.
Izzy: 이스라엘의 밝은 면을 팝니다
Izzy는 이스라엘 현지가 아닌 해외에 거주하는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삼는다. 넷플릭스에 흔히 올라오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나 극단적인 종교 문제를 다룬 무거운 콘텐츠는 과감히 배제한다. 대신 논란이 적고 일상적인 이스라엘의 모습을 담은 매력적인 독점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집중한다.
자본력이 부족한 Izzy는 판권 보유자에게 수백 달러 수준의 아주 작은 계약 보너스만 지급하는 대신, 철저한 성과 기반의 수익 공유 방식을 채택했다.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가던 이스라엘 로컬 영화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전략이다.
Jewzy: 대중성을 노리는 선급금 승부사
미국 내 유대인 커뮤니티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Jewzy는 심오한 예술 영화보다는 대중적이고 가벼운 코미디나 로맨스 영화를 선호한다. 진입 장벽을 낮춰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재미있는 점은 라이선싱 방식이다. 경쟁 틈새 플랫폼들이 조건부 수익 공유를 제안할 때, Jewzy는 판권 보유자들에게 확실한 현금 선급금을 지불한다. 비교적 저렴한 판권 위주로 거래하되, 깔끔한 현금 결제로 배급사들의 환심을 사며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전략을 쓴다.
드라마 시리즈: 부담스럽지만 포기할 수 없는 미끼
영화 판권을 확보하는 것과 달리,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를 수급하는 것은 틈새 플랫폼에게 엄청난 모험이다. 시리즈물은 보통 성과와 무관하게 거액의 선급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zzy와 ChaiFlicks는 적은 금액과 수익 공유 협상을 통해 인기 드라마 시리즈를 플랫폼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단편 영화나 다큐멘터리와 달리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한 번 빠지면 시즌 전체를 몰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체류 시간과 구독 유지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드라마 시리즈의 강력한 힘을 확인한 이들은, 앞으로도 시리즈 수급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논문의 연구 결과는 현재의 스트리밍 시장을 단순히 주류와 비주류라는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이 얼마나 단편적인 시각인지 보여준다.
Wayne과 Sienkiewicz의 분석처럼 틈새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막대한 자본이 없어도 틈새 시청자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유연한 라이선싱 전략을 구사하며 굳건히 살아남고 있다. 모든 플랫폼이 넷플릭스가 될 필요도 없고, 넷플릭스가 되기를 원치도 않는다는 사실이 이 시장의 또 다른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다.
Citation
Wayne, M. L., & Sienkiewicz, M. (2023). “We don’t aspire to be Netflix”: Understanding content acquisition practices among niche streaming services. Television & New Media, 24(3), 298-315.
